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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몇 개
우리 할아버지는 커피를 좋아하셨다. 일명 다방커피라고 알려진 커피 3 프림 2 설탕 2. 매일 아침 식사를 하신 후에는 커피 한 잔을 즐기셨다. 조금더 연세가 드신 후에는 뼈 건강을 위해 우유를 함께 하셨다. 생각해보면 그 간단한 커피 타드리는 것도 잘 못해드렸던 나다.
우리 할아버지는 아주 정정하셨다. 마당을 가꾸는 일을 낙으로 삼고 사셨는데, 아찔한 높이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무를 직접 치실 때는, 나는 할아버지가 늙으실 거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는 화를 잘 안내셨지만 내가 이미 커버린 후에도 목소리를 높이시면 집안이 쩌렁 쩌렁 울렸다.
국민학생 때만 해도, 할아버지랑 가끔 시간을 함께 보냈다. 특히나 장기를 배운 후에는 할아버지랑 장기를 종종 두었다. 할아버지는 귀찮다고 하시면서도 장기 둘 때 만큼은 얼굴에 즐거움을 한가득 머금으셨다. 나이들고 밖에서 더 많이 놀게 되면서 점점 장기를 두거나 심지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급격히 줄어 들었다.
할아버지가 매우 편찮으시다가 돌아가기 며칠 전에 정말이지 감쪽같이 나으신 듯 했다. 거의 1년 만에 마당을 돌아보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할아버지는 자주 가시던 일식 집에서 외식을 하고 싶다 하셨는데, 나는 그 할아버지 말씀이 나에게 할아버지와 외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오늘 갑자기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컴백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신빙성 있게 다루어져 온 2008년 말 컴백설에 대한 비공식적/공식적 인터뷰 정리
Q: 한국엔 언제 오냐?
A: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나도 모르겠다.
Q: 2008년 12월 완전 귀국 컴백설이 그동안 공공연하게 나돌았는데?
A: 애초에 내 생각이 그랬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내 생각과 계획에 변경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다. 뉴스라도 보고 산다면 알겠지만, 바깥은 너무 춥다.

Q: 경제 위기와 관련된 산업계의 위축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럼 현재까지 정리된 생각은 있는가?
A: 그토록 바라던 일이지만, 지금 당장 백수가 될 수는 없다. 20년 넘게 고이 모셔온 마지막 자존심이 상처 받을 수 있다. 내가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현재로서는 간단하다. 월급주면, 일해준다. 그동안 알아본/지원한 회사들의 응답 채널을 열어 놓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컴백은 상당한 시간과 육체적 에너지, 정신적 에너지를 비롯해 다른 지출을 동반하는 꽤 큰 일이기 때문에 손익 분기를 넘지 않는 선에서 시점을 정해 볼 생각이다. 지원서를 넣은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만족하는 시점 또한 고려 대상에 포함된다.
Q: 그나저나 너 팔려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왜 그러고 사나?
A: 그러니까 한 겨울의 어느 저녁을 거실에 주저 앉아 let it be 를 들으며 이 짓을 하는 거다. 다니는 회사가 최근 인수한 다른 회사로 양자살이 하러 간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이복 언니들한테 구박을 받고 자랐고 콩쥐는 밑빠진 독에 물 부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나는 그 두 개 쁘라스 기타 고급인력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왜 그러고 사는지를 알고 싶으면, 국제 정세와 미국/한국 경제 사정, 인력시장,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신데렐라와 콩쥐팥쥐이야기를 찾아보도록.

Q: 달라 벌이에 욕 본다. 외국인 노동자로 고생하는게 불쌍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환율 흐름을 볼 때, 나쁘기만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너는 욕심쟁이 우훗?
A: 가끔 거울을 보면서 블랑카 생각이 난다. 그리고 무식한 녀석.. 순수 이익은 소득 빼기 지출로 결정된다. 내가 암 발생 가능성을 고점에 유지시키면서 겨우 겨우 받아 쥐는 달러 금액은 변화가 없다. 환율이 오르면 한화 기준으로 연봉이 오르지만, 지출도 오른다. 바보야. 1000불 정도 되는 아파트 렌트비가 환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11불 주고 먹는 햄버거 세트는 한화로 얼마인지, 12불 주고 먹는 김치찌개를 너보고 사먹으라 하면 먹을건지. 꼼꼼하게 계산해 본 후, 나에게 위로 전화 한 통 넣기를 바란다.

Q: 그런 저런 나약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심신이 많이 쇠약해진것 같은데, 그렇다면 잠깐의 휴식을 위해 한국을 들어오는 것은 어떻겠나?
A: 아주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12월은 일단 힘들다. 그 후도 기약은 못한다. 첫 번째 이유로 불과 며칠전에 연고도 없는 엄한 업체로 팔려갔기 때문에 어디 비벼될 데도 없다. 휴가를 쓰고 싶다고 맘대로 쓸수가 없다는 소리다. 들려오는 소리로 6개월, 9개월 정도 이야기를 하는 듯 한데, 나한테 직접적인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비행기 표 값도 문제다. 성수기 티켓 값은 한화로 350만원이 넘는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눈물에 밥 말아 먹는 횟수가 몇 번인지 생각해보건데, 이건 아니지 싶다. 내 목표는 1월 설 연휴를 끼고 가보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휘프티휘프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서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 이외에는 고강도 체력훈련일 뿐이다.
Q: 듣다보니 눈물 없이는 이어갈 수가 없다. 스트레스가 많을 듯 한데?
A: 많다.
Q: 저런.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는지? 하긴 하는지?
A: 쌓여간다. 해소를 하려 노력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내 안에 있다기 보다는 외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세계 경기가 후퇴하고, 모든 산업이 살을 발라내기 시작하고, 내가 아는 사람들의 90%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이 상황은 내가 어케 저케 한다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발이지 내 주변 사람들 중 10%가 이 점을 인식해주었으면 한다. 나에게 답 없는 거 알면서 질문하고 압박하지 말아주면 너무 고맙겠다. 그래준다면, 스트레스의 50%는 줄일 수 있겠고, 치명적인 암 발병률도 완전 떨어질꺼 같다. 어쩌면 영하의 날씨도 따뜻해질 지도 모르겠다. 결국 스트레스의 반은 내가 줄이겠지만, 나머지 반은 지인들이 줄여 주길 바란다는 수동적인 결론 되겠다.
Q: 컴백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자. 너에게 컴백이란?
A: 고품격 블로그 QA 다운 마무리다. 컴백이란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언제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 파급효과는 무척 클 것이다. 컴백은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결정의 결과가 될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적인 컴백은 현 시점에 절대 사치에 불과하다. 피를 흘려가며 돌아가는 것은 또한 그 누구를 위한 어떠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 컴백은 결국에 큰 수확을 가지고 항구로 들어오는 포르투칼의 개척선이 될 것이다.
12월 6일 오후 7시
몸이 무거울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무작정 노래를 틀어 놓기는 했으나 싱크해놓은 노래가 당장의 감성에 맞춰져 있을리가 없다.
의자에 앉기 싫어서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얼마전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의자 부족 때문에 몇몇 친구들이 바닥에 앉았었는데, 무척이나 편해보였다. 나는 같은 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곤하는데 이렇게 아래서 보는 익숙한 환경은 참 새롭다. 단편적으로나마 어린이가 된거 같기도 하고.
지난 몇 년에 걸쳐서 내 몸과 마음이 지친 이유는 자꾸만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만 같은) 일들과 눈에 거슬리는 외부 환경 따위의 .. 머랄까.. 어린 녀석들의 고민 같은 걸 이 나이가 먹도록 하고 있는 중이다.
난세에는 모든 사람이 그 소용돌이 속에서 멤돈다고 하는데, 뛰어 오를 수 있는 자들만이 본 스토리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난세를 외치는 중이다.
오늘이 가기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하루의 방황 쯤이야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학창시절 방학이 시작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
- 책상정리
- 방에 있는 가구 위치 바꾸기
- 계획짜기
특히 책상 정리 또는 가구 위치 바꾸기 등의 일은 사업 규모 자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애초에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예를 들면, 책상을 옮기기 위해 내용물을 서랍에서 다 끄집어 낸 후에, 마치 내 방은 이상무 라는 듯 외출도 서슴치 않았다. 또한, 애초에 과소 평가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자면 오늘 밤 10시쯤엔 이 사업이 마무리 되겠지.. 하다가 결국 12시에 잠잘 공간도 모자라 새우잠을 자야 했던..적도 있다.
나는 늘 넓은 책상을 꿈꾸었기 때문에 책상 청소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대한의 능동적인 개선 작업이었고 가끔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공간을 찾기 위해 온 동네 도서관을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역시 책상은 내 정서에 가장 밀접한 가구임에 틀림없었다.
가구 위치를 바꾸는 작업은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특히 좁은 방에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해봤자 뻔했기 때문에 최대한의 다양성을 위해 책장은 반드시 움직여야 하는 아이템이었다. 주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하다보면 안볼 책들을 과감히 버리게 되는데, 특히나 CS를 전공한 나는 대부분의 책들이 높은 판매가를 자랑했고, 시간이 슬쩍 지나면 정말이지 쓸데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해졌기 때문에, 내 책장은 가구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지나면 한껏 살을 뺄 수 있었다. 역시 우리 바닥의 책은 트랜디 보단 바이블 원서가 의미가 있다.
나는 어릴때 부터 계획하나는 정말 치밀하고 꼼꼼하게 잘 짰다. 물론 계획대로 살았으면 이러고 살지는 않았으리라는 추측도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계획은 주로 다양한 관점으로 정리가 되는데, 예를 들면 시간 순 정렬된 할 일과, 중요도 및 가능성으로 정리되고 필터링 된 추가 페이지 따위가 내 계획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던 요소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계획이 애초에 지속/실현 가능한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획은, 리팩토링을 수 차례 반복하며 짧고 굵은, 그리고 촉박하고 절박한 계획안으로 점차 그 모습을 갖춰갔다.
방학은 사실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놀 시간을 더 준다는 개념을 상실한지는 이미 오래된 듯 하다. 어짜피 바쁘게 보내는 건 매한가진데, 누가 더 독하게 시간을 보내는 가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의 영향력이 결정되는 실로 도전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학생들 본인에게는 다행히도 적용되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학기 중에 비해 정신적으로 덜 부담을 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니 책임은 잊지 말되, 당장 니 뒤를 쫒는 무서운 놈은 없다.
왜 방학 이야기냐.. 휴식이란게 필요하단 소리.
나에게 쓰는 편지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 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호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내 울고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나를 기다리는 소중함을 향한 첫 발걸음 포스트. 나는 때때로 혼자지만, 내 뒤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는 항상 앞을 보지만, 뒤를 기억할 것이다.


